인준 : "개미집을 그렸어요"

 

작년까지 다니던 유치원에서 졸업생을 위주로 미술학원을 운영한다는 소릴 듣고

우리부부는 따져 볼 것 없이 인준일 얼른 수강신청 해 보냈다.

 

그렇게 인준이는 다니기 시작했고 시간이 한 달이 지나서야 갑작스래 자기가 그린

그림에 대해 나에게 설명을 해낸다.

 

인준 : "금상은 30만원이고요, 은상은 10만원.. 동상은 5만원씩 10명이래요..

 

  나  :  '그림그리기 백일장 있나보다. 그런데 분명 인준이는 30만원의 가치를 모를건데

         왜 이런 예길 할까?' 속으로 생각하며 더 들어 봤다

 

인준 : "동상만 받았으면 좋겠어요."

         "5만원 받아서 플레이스테이션 진삼국무쌍 씨디 사게요"

 

  나  : '그럼 그렇치..ㅡ.-' (예전 후배한테 내가 하려 빌렸던 그 씨디를 녀석이 해보더니

          재미를 붙히길래 너무 폭력적이라 못하게 숨겨두었다 돌려준 적이 있었는데, 그

          게임이 아무래도 잊혀지지 않았나 보다.) 

          슬쩍 바라보고 웃으면서 "좋아! 상타면 그거 사도록 허락할께"

        

인준이는 그건 허락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 자기가 상탔으니까 하고 당연시 생각하는거

같았다

 

  나  : "그럼 거기다 출품 할 그림으로 개미집을 그렸다고?"

 

인준 : 자신있게 고개까지 끄덕이며 "네~!"

 

  나  : '왜 하필 개미집.;; 시원시원하고 좀 더 애들스럽고 꿈과 희망이 넘치게 무지개 좀 그려넣고

         동화스러운거 그런거 그런걸 그러지. 왜 하필 개미집이래...' 속으로 그랬지만.. 꾹 참으면서

         "그림 그릴 주제로 왜 개미집을 선택했어 인준?"

 

인준 : "땅속에 여왕개미도 그리고, 통로도 그리고, 미로같은 길.... 어쩌고 저쩌고... 땅 속을 표현

          했어"

 

  나  : 그래도 우려했던 것 보단 낳았지만 아무래도 찜찜하다.

         "야, 밖에 세상 좀 그리지 그랬어.. 어둡게 땅 속이냐.."

 

인준 : "선생님이 괜찮데에~~"

 

  나  : "그래 꼭 동상타서 시디사라"

 

 

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.

 

출근길 차안에서 곰곰히 생각했다.

 

과연 내가 바라는 인준이의 스케치북은 어떤 그림으로 채워져야 할까? 하고.....

 

또 인준이는 자신의 개미집을 보면서 아빠와 대화 나눈 이후 이젠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.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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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책에선가 본 이와 비슷한 예기가  떠오른다.

 

인디언 천막을 보랗게 색칠한 어린학생의 도화지를 보며

선생님은 인디언들은 보라색을 재앙의 색이라 여겨 사용하지 않는 색깔이니

현실성이 없다며 그 그림을 그린 학생에게 색을 다시 칠하라고 했다

 

1 년이 지나 그 꼬마 학생의 학년이 바뀌었고, 

첫 미술시간, 그 꼬마학생은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려넣지 못했다.

 

아무것도 그려놓지 않은 그 학생의 도화지를 보며 하시는 새 담임선생님의 말씀...

 

"온통 들판에 눈이 왔구나!"

 

갑자기 내가 인준이의 전 담임선생님 같다는 생각이..;;

 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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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꿈과열정 :